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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악인전> 분석 (선악모호, 공조수사, 복수구조)

by gogoyo 2025.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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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악인전'

 

2019년 개봉한 영화 <악인전>은 기존의 형사물이나 조폭 영화의 공식을 탈피하며, 범죄 영화 장르에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 한국 액션 스릴러입니다. 특히 연쇄살인범, 조폭 보스, 경찰이라는 세 존재가 충돌하면서도 공조하게 되는 독특한 구조는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닌, 선과 악의 경계, 비정상적 공조, 복수의 서사를 통해 인간 본성과 사회 구조를 질문하는 작품입니다. 본 글에서는 <악인전>을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합니다.

선악모호 – 악한 자가 정의를 말할 수 있는가?

<악인전>의 가장 큰 특징은, 절대적인 악을 처단하기 위해 ‘악한 자’가 주인공으로 기능한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장동수(마동석 분)는 폭력적인 조직 보스로, 법 위에 군림하며 살아온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연쇄살인범의 표적이 되면서 스스로 수사에 나서고, 오히려 경찰보다 앞서 범인을 추적합니다.

이 영화는 여기서 관객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악'이 더 큰 악을 처단하는 것이 정의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장동수는 절대 선이 아닙니다. 그가 범인을 추적하는 이유도 순수한 정의감이 아닌 ‘복수’와 ‘자존심’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과정에서도 수많은 폭력을 행사합니다. 하지만 관객은 어느 순간 그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되고, 그가 범인을 잡길 응원하게 됩니다.

이처럼 영화는 선과 악의 이분법을 허물고, 도덕적 회색지대를 통해 현실의 모순을 드러냅니다. 정통 형사물에서 흔히 보던 ‘정의로운 경찰 vs 악당’ 구도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각 인물이 가진 욕망과 목적이 선악을 교차시키며 흥미를 유발합니다.

공조수사 – 불편하고 비정상적인 연대

이 영화의 또 다른 흥미로운 포인트는 ‘조직폭력배와 경찰의 공조’라는 설정입니다. 전통적으로 대립 관계에 있던 두 집단이, 더 큰 악에 맞서기 위해 손을 잡는다는 구조는 극적 긴장을 배가시키며, 동시에 신선한 서사를 구성합니다.

형사 정태석(김무열 분)은 정의감을 지닌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 역시 사건 해결을 위해 장동수와 협력하며 법을 넘나드는 선택을 합니다. 그는 장동수를 범죄자로 생각하면서도,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일시적으로 동맹을 맺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 공조는 영화 내내 신뢰와 불신 사이를 오가며 전개됩니다.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이용하고, 결국에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모습은 현실 세계의 정치, 권력 구조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공조는 ‘이상적 연대’가 아니라 ‘필요에 의한 거래’에 가깝고, 이는 현대 사회의 연대 방식과도 유사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범죄 영화 장르의 관습을 깨는 동시에,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에 대한 은유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복수구조 – 사적 감정이 이끄는 정의

<악인전>은 공권력의 무능함과 함께, 개인의 분노와 복수심이 정의를 실현하는 기제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아이러니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연쇄살인범을 쫓는 과정에서 경찰 조직은 사건을 방치하거나 무시하며, 실질적인 수사는 ‘복수심에 불타는 조폭’과 ‘일탈한 형사’에 의해 진행됩니다.

장동수의 행동은 냉정하게 보면 사적 감정의 폭주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관객은 오히려 그 분노에 더 크게 반응합니다. 왜냐하면 현실의 정의 시스템이 느리고 무기력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영화는 ‘정의는 누가 실현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결되며, 복수의 감정이 사회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모순된 결론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복수 구조는 폭력의 정당성을 부여할 위험도 있지만, <악인전>은 그 경계에서 끊임없이 관객의 판단을 유도합니다. 단순한 통쾌한 액션이 아닌, 복수라는 감정이 어떤 정당성과 한계를 가질 수 있는지를 고찰하게 만드는 서사입니다.

<악인전>은 범죄와 액션이라는 장르 안에서 선악의 경계를 허물고,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작품입니다. 선한 인물만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기존 한국형 장르물과는 다른 깊이를 보여줍니다.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단순한 액션 이상의 묵직한 메시지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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